태몽으로 아들딸을 가르던 규칙, 기록에 남은 것만 모았습니다
호랑이와 구렁이는 아들, 흑뱀과 조개는 딸. 지방마다 조사된 태몽의 성별 형상 목록과 그 기준인 크고 작음, 검고 흼, 닮음, 지역에 따라 뒤집히는 사례, 옛 역사 기록에 남은 태몽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태몽은 아이를 가질 조짐을 보여준다고 믿는 꿈입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아들이냐 딸이냐에 관한 것이고, 아이의 앞날을 말하는 꿈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래서 태몽 이야기는 대부분 성별로 모입니다.
이 글은 그 성별 규칙을 민속 조사에서 확인되는 범위 안에서만 옮깁니다. 인터넷에 도는 풀이 가운데 근거를 찾지 못한 것은 넣지 않았습니다.
남아 쪽 형상과 여아 쪽 형상
지방마다 조사된 태몽 형상은 남아와 여아로 나뉘어 전합니다.
남아와 관련된 형상은 이렇습니다. 천체로는 해, 달, 별, 벼락. 동물로는 호랑이, 황룡, 돼지, 구렁이, 잉어, 자라, 수탉, 큰 우렁, 물고기. 식물로는 붉은 고추, 호두, 밤, 대추, 인삼, 옥수수, 무, 송이버섯, 가지, 고구마. 그 밖에 돌, 산, 바위, 놋자물쇠, 금장도, 금비녀, 낫, 키가 들어 있습니다.
여아와 관련된 형상은 이렇습니다. 천체로는 반달. 동물로는 흑뱀, 흑룡, 실뱀, 작은 우렁, 달걀, 조개, 새. 식물로는 꽃, 애호박, 푸른 참외, 오이, 사과, 밤송이, 꼭지 떨어진 과일. 그 밖에 금반지와 자물통입니다.
길몽과 흉몽을 나눈 기록도 있습니다. 길몽 쪽에는 꿈이 선명한 것과 함께 용꿈, 돼지꿈, 잉어꿈, 자라꿈이 들어 있습니다. 흉몽 쪽에는 벼락을 맞은 꿈, 구렁이를 보고 목덜미를 쥔 꿈, 울타리 거미줄에 걸린 호두를 주워 온 꿈, 모래와 자갈만 있는 옹달샘에서 물고기를 본 꿈이 죽음과 이어진 사례로 전합니다.
기준은 크기와 색과 닮음
목록만 보면 왜 잉어는 아들이고 조개는 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기준은 세 가지로 설명됩니다.
하나는 짝을 이루는 개념입니다. 크고 작음, 검고 흼, 양과 음, 다 자란 것과 덜 자란 것 같은 짝이 남녀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세상의 변화를 음양오행으로 설명하던 생각과 같은 줄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닮음입니다. 호랑이, 용, 뱀, 비녀, 가지, 고구마, 고추, 옥수수, 금장도, 호두처럼 남성의 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들로, 반지, 조개, 꽃, 달걀, 애호박처럼 작고 예쁘며 여성의 몸과 이어지는 것은 딸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몸에 닿는 일입니다. 어떤 태몽이든 품에 들어온다든지, 가지고 온다든지, 깨문다든지 하는 꿈꾼 사람의 몸과의 접촉이 특징입니다. 그냥 보는 꿈과 품에 안는 꿈이 다르게 읽히는 이유입니다.
지역에 따라 뒤집힙니다
남성 상징과 여성 상징의 구분은 지역과 사람의 경험에 따라 엇갈립니다. 대추가 좋은 예입니다. 경기도에서는 대추 꿈을 아들로 풀이하는데 경상도에서는 딸로 봅니다.
애호박도 그렇습니다. 길쭉한 모양 때문에 아들을 나타낸다고 보는 한편, 색이 푸르다는 이유로 딸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밤송이에서 알밤이 튀어나오면 아들, 그냥 벌어진 밤송이는 딸로 여긴다는 풀이도 있습니다.
그러니 위 목록은 규칙이라기보다 지역별 관습의 모음입니다. 같은 꿈을 놓고 집안 어른들의 풀이가 갈리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얼마나 믿었나
1970년대에 태몽을 물은 한 조사에서는 응답한 사람 열에 아홉이 태몽이 맞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태몽을 믿는 마음이 깊었다는 뜻입니다.
조선 후기에는 이름난 스님들의 비문을 살펴보니 태몽 없이 태어난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는 기록도 남았습니다. 태몽이 생활 깊숙이 스며든 습속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습속은 근대 이후 빠르게 옅어졌습니다.
오래된 기록들
태몽 이야기는 삼국 시대까지 올라갑니다. 널리 알려진 몇 가지를 옮깁니다.
김유신은 아버지가 두 별이 자기에게 내려와 떨어지는 꿈을 꾸고, 어머니가 금빛 갑옷을 입은 아이가 구름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 뒤에 태어났다고 전합니다.
가야의 태자 거등공은 곰의 꿈을 얻은 뒤 태어났고, 원효는 어머니가 유성이 품속에 들어오는 꿈을 꾸고 태기가 있었다고 전합니다.
조선의 인물로는 이이의 어머니가 검은 용이 바다에서 솟아 침실로 들어와 아이를 안겨 주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 정몽주의 어머니가 안고 있던 난초 화분을 땅에 떨어뜨리는 꿈을 꾸고 놀라 깼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이이의 태몽이 검은 용이었다는 점은 위 목록과 어긋납니다. 목록에서 흑룡은 딸 쪽인데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목록이 절대 규칙이 아니라는 것을 옛이야기가 스스로 보여 주는 셈입니다.
태몽을 꾸었다면
태몽은 아이 이름을 지을 때 자주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꿈에 나온 상징의 한자를 이름에 넣기도 하고, 태명으로 삼기도 합니다. 그 상징이 사주와 어떻게 놓이는지는 작명에서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볼 수 있고, 이름을 정하기 전에는 태명으로 부릅니다.
상징별 태몽 전승은 꿈해몽 사전에 모아 두었습니다. 뱀꿈, 호랑이꿈, 용꿈, 물고기꿈처럼 태몽 이야기가 전하는 상징은 성별 풀이의 근거를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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